발달장애인은 평생에 걸쳐 지속적인 지원과 돌봄이 필요하기 때문에 가족의 부담이 매우 큽니다. 부모와 형제·자매는 정서적, 경제적, 사회적 어려움에 직면하며, 이 과정에서 가족이 소진되지 않고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상담과 심리적 지원이 필수적입니다. 해외 선진국은 발달장애인 당사자뿐 아니라 가족까지 포괄하는 복지 모델을 발전시켜왔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미국, 영국, 호주의 발달장애인 가족 상담 지원 모델을 살펴보고, 그 시사점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1. 미국 – 가족 중심 접근과 레스파이트 서비스
미국은 발달장애인 지원 정책에서 가족 중심 접근을 강조합니다. ‘발달장애 지원 및 권리 보장법(DD Act)’은 발달장애 당사자뿐 아니라 가족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정책 목표로 제시합니다. 이에 따라 각 주에서는 가족 상담 프로그램과 돌봄자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Family Support Program’은 부모를 대상으로 정기적인 상담 세션과 심리치료를 제공하며, 스트레스 관리, 형제·자매의 정서 지원, 가족 갈등 해결을 돕습니다.
또한 미국은 레스파이트 서비스(Respite Service)를 적극적으로 운영합니다. 이는 전문 돌봄 인력이 일정 기간 발달장애인을 돌봐주는 제도로, 부모가 휴식이나 상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 줍니다. 이러한 서비스는 단순한 휴식 제공을 넘어, 가족이 재충전된 상태에서 안정적으로 돌봄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다만 주별 예산 차이가 커서 어떤 지역은 상담·휴식 지원이 충분하지만, 다른 지역은 대기 시간이 길고 서비스 품질이 제한적이라는 불평등이 존재합니다.
2. 영국 – 지역사회 기반 가족지원 센터
영국은 발달장애인 가족 상담을 지역사회 기반에서 통합적으로 제공합니다. 대표적인 제도가 Carer’s Assessment와 Family Information Service입니다. Carer’s Assessment는 발달장애인을 돌보는 가족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지방정부가 공식적으로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상담, 휴식, 경제적 지원을 제공합니다. Family Information Service는 부모와 형제·자매가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전문 상담사를 배치하고, 정기적으로 가족 모임과 교육 세미나를 열어 경험을 공유하도록 합니다.
영국의 강점은 상담과 지역사회 네트워크를 결합한다는 점입니다. 단순한 일대일 상담뿐 아니라, 유사한 경험을 가진 가족 간 집단상담과 동료 지원(peer support)을 강조합니다. 이를 통해 가족은 정서적 고립감을 줄이고, 돌봄 과정에서 실질적인 정보와 노하우를 교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재정 긴축으로 인해 일부 지역에서 가족 상담 서비스의 범위가 축소되고 있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은 제도적 기반과 지역 밀착형 지원을 결합해 안정적인 모델을 구축한 사례로 평가됩니다.
3. 호주 – NDIS와 가족 상담 통합 지원
호주는 국가장애보험제도(NDIS)를 중심으로 발달장애인과 가족 지원을 통합적으로 운영합니다. NDIS는 발달장애인의 개별지원계획을 수립할 때, 가족의 돌봄 부담과 정서적 건강까지 함께 고려합니다. 이에 따라 가족은 심리상담, 가족 치료 세션, 부모 교육, 형제·자매 프로그램 등을 지원받습니다. 특히 NDIS는 ‘Family Capacity Building’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가족이 발달장애인을 돌보면서도 자신들의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호주의 모델은 상담과 돌봄을 분리하지 않고 일상생활과 통합한다는 점에서 독창적입니다. 예를 들어, 발달장애 아동의 치료 세션에 부모가 동반 참여해 상담을 받고, 가정 내 돌봄 기술을 실습할 수 있습니다. 또한 온라인 상담과 지역 커뮤니티 센터 상담이 병행되어, 농촌 지역 가족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성과 면에서 호주는 발달장애인 가족의 스트레스 지수 감소와 돌봄 지속 가능성 향상에 긍정적 효과를 보여주었지만, 프로그램의 복잡성과 행정 절차가 가족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점은 개선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결론
결론적으로, 미국은 가족 중심 상담과 레스파이트 서비스, 영국은 지역사회 기반 네트워크형 상담, 호주는 NDIS와 통합적 가족 지원 모델을 통해 발달장애인 가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이들 사례를 벤치마킹해 단순 상담을 넘어 휴식, 교육, 지역 네트워크를 포함하는 포괄적 가족 상담 지원 체계를 발전시켜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