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삶의 질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안정적이고 접근 가능한 주거 환경입니다. 주거는 단순히 거주 공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자립생활의 기반이자 사회참여의 전제조건입니다. 북유럽 국가들은 이러한 점을 인식하고 장애인 주거 지원을 복지 정책의 핵심 축으로 삼아왔습니다.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 등은 모두 주거권을 기본권으로 규정하며, 법적 제도와 재정 지원을 통해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북유럽의 장애인 주거 지원 제도의 특징과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1. 스웨덴 – LSS법과 그룹홈 제도
스웨덴은 1994년 제정된 LSS법(장애인 지원 및 서비스법)을 통해 장애인의 주거권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습니다. 이 법은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독립적으로 생활할 권리를 명확히 규정하며, 지방자치단체에 주거 지원 의무를 부과합니다. 스웨덴의 대표적인 주거 지원 모델은 그룹홈(Group Home) 제도입니다. 이는 4~6명의 장애인이 함께 거주하면서 개인의 사생활을 보장받고, 동시에 24시간 돌봄 및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형태입니다. 그룹홈은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니라, 사회적 교류와 자립훈련의 장으로 기능합니다.
또한 스웨덴은 개인 맞춤형 주거 지원을 제공합니다. 이동이 불편한 장애인에게는 주택 개조 비용을 지원하며, 주방과 욕실을 포함한 생활 공간이 보조기기 사용에 적합하도록 설계됩니다. 지방정부는 주택 개조를 위한 보조금을 무상으로 지원하고, 필요 시 사회복지사가 주거 환경을 정기적으로 점검합니다. 스웨덴 모델은 주거를 단순한 거주 공간이 아닌 ‘자립을 위한 플랫폼’으로 보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러한 제도로 인해 스웨덴의 장애인 시설 입소율은 20% 이하로 낮아졌으며, 대다수 장애인이 지역사회 기반 주거 형태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는 탈시설화와 자립생활을 동시에 실현한 성공적 사례로 평가됩니다.
2. 노르웨이 – 보편적 주거권과 개인 지원 결합
노르웨이는 장애인뿐 아니라 모든 국민에게 주거권을 보장하는 보편적 복지 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특히 장애인 주거 지원은 ‘개인 맞춤형 서비스(Personal Assistance)’와 결합되어 운영됩니다.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이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맞춤형 주택을 제공하거나, 기존 주택을 개조할 수 있는 재정을 지원합니다. 또한 필요 시 활동보조인을 배치해 일상생활 전반을 돕습니다.
노르웨이는 장애인 주거 지원을 단순한 ‘주택 제공’으로 보지 않고, 주거와 서비스의 통합으로 접근합니다. 예를 들어, 발달장애인이 그룹홈에 입주할 경우 24시간 상주 지원 인력이 배치되며, 동시에 고용 지원, 여가 프로그램, 사회참여 활동까지 연계됩니다. 이러한 통합적 접근은 장애인이 주거 공간에서 고립되지 않고, 지역사회 속에서 적극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습니다.
노르웨이는 또한 저소득 장애인을 위해 주거비 보조 제도를 운영합니다. 정부는 주거비의 일부를 현금으로 지원하거나 임대료 상한제를 적용해 경제적 부담을 줄입니다. 결과적으로 장애인의 주거 안정성이 확보되며, 이는 고용 참여와 사회활동 증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3. 덴마크와 핀란드 – 유니버설 디자인과 자립생활 촉진
덴마크와 핀란드는 유니버설 디자인 원칙을 주거 정책 전반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는 장애인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불편 없이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설계하는 개념으로, 신규 공공주택 건설 시 의무적으로 적용됩니다. 문턱 없는 출입구, 자동문, 휠체어 진입이 가능한 욕실 구조,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안내판 등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러한 제도는 장애인이 특별한 시설이 아닌, 일반 주택에서도 생활할 수 있도록 만듭니다.
핀란드는 특히 개인 자립생활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발달장애인이나 중증장애인에게는 개인 주택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보조 인력을 파견하고, 사회복지사가 정기적으로 생활 전반을 점검합니다. 또한 교육과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병행하여, 장애인이 단순히 ‘살아가는 것’을 넘어 능동적으로 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덴마크는 장애인의 주거 환경을 사회적 통합의 일환으로 보며, 공동주택과 커뮤니티 기반 생활 지원을 통해 사회적 고립을 예방합니다.
두 나라의 공통점은 주거를 복지의 일부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사회정책 전반과 연결시켜 설계한다는 점입니다. 즉, 주거 지원은 교육, 고용, 문화 활동 등 다른 복지 정책과 통합적으로 운영되며, 장애인이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 완전히 포함될 수 있도록 하는 구조입니다.
결론
종합하면, 북유럽의 장애인 주거 지원 제도는 ▲스웨덴의 LSS법 기반 그룹홈 ▲노르웨이의 주거와 서비스 통합 ▲덴마크와 핀란드의 유니버설 디자인과 자립생활 지원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한국이 배워야 할 점은 주거를 단순히 ‘주택 제공’ 차원에서 보지 않고, 자립과 사회참여의 핵심 기반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진정한 의미의 탈시설화와 사회 통합이 가능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