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경제는 장애인에게 단순한 고용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지속 가능한 일자리와 자립적 삶을 가능하게 하는 대안적 경제 구조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전통적 기업이 이윤 중심이라면, 사회적 경제는 ‘사람 중심’, ‘공동체 가치’, ‘사회적 포용’을 핵심 원칙으로 삼습니다. 특히 장애인 일자리 창출 분야에서 사회적 경제는 복지와 고용을 결합한 혁신 모델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미국, 유럽, 한국의 사회적 경제 기반 장애인 고용정책과 그 성공요인을 살펴보겠습니다.

1. 미국 – 사회적 기업과 공공조달의 결합 모델
미국은 장애인 고용을 사회적 경제의 핵심 영역으로 정의하고, 공공조달 제도와 연계한 실질적 지원체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AbilityOne Program”입니다. 이 제도는 연방정부가 장애인 근로자가 일정 비율 이상 포함된 사회적 기업(비영리 제조 및 서비스 단체)과 우선적으로 계약을 체결하도록 하는 법적 프로그램입니다. 이를 통해 장애인은 정부 발주 사업을 수행하면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을 수 있으며, 동시에 기업은 공공계약을 통해 경제적 지속가능성을 확보합니다.
또한 미국 노동부는 “Social Enterprise Employment Initiative”를 통해 비영리단체와 사회적 기업이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직무훈련과 창업 지원을 수행하도록 재정적 인센티브를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워싱턴 D.C.의 ‘Goodwill Industries’는 장애인과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재활용·리사이클링 산업을 중심으로 한 고용모델을 운영하여 수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습니다. 최근에는 IT·디지털 기반 사회적 기업이 증가하고 있으며, 시각장애인을 위한 웹접근성 컨설팅, 청각장애인을 위한 온라인 콘텐츠 자막 서비스 등 새로운 분야가 빠르게 성장 중입니다. 미국의 사회적 경제 모델은 ‘시장 친화적 복지’라는 개념을 실현하며, 민간 주도의 고용확대를 가능하게 하고 있습니다.
2. 유럽 – 협동조합 중심의 포용적 고용모델
유럽은 사회적 경제의 전통이 깊으며, 장애인 일자리 창출에서 협동조합과 사회적 기업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유럽연합(EU)은 2011년 “Social Business Initiative”를 통해 사회적 기업의 법적 지위를 확립하고, 장애인 고용을 포함한 사회적 가치 창출 기업에 재정 및 세제 혜택을 제공합니다. 그중에서도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장애인 중심의 협동조합 모델을 가장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의 “Type B Cooperative”는 장애인, 정신장애인, 사회적 약자가 구성원의 30% 이상을 차지해야 하는 사회적 협동조합 형태입니다. 이들은 재활, 농업, 디자인, 식품제조, 지역서비스 등 다양한 산업에서 활동하며, 지방정부의 공공서비스 위탁사업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합니다. 스페인은 ONCE 그룹을 중심으로 한 사회적 경제 생태계가 대표적입니다. ONCE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복권판매 사업을 기반으로 7만 명 이상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그 수익을 다시 장애인 복지와 고용 창출에 재투자합니다. 프랑스는 사회적 기업 인증제(Société à Mission)를 통해 장애인 고용 비율이 일정 기준 이상인 기업에 조세 감면을 제공합니다. 유럽의 이러한 정책은 고용을 복지의 결과가 아닌 ‘사회적 기여의 과정’으로 전환시켜, 장애인의 경제적 자립과 사회참여를 동시에 실현하고 있습니다.
3. 한국 – 보호작업장에서 사회적경제 생태계로의 전환
한국은 사회적 경제가 본격적으로 정책의 중심에 편입된 지 오래되지 않았지만, 장애인 일자리 창출에 있어서 빠른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2018년 제정된 “사회적 가치 기본법”을 기반으로, 정부는 공공기관이 사회적 기업 제품과 서비스를 우선 구매하도록 하는 “공공구매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장애인 표준사업장, 자활기업, 협동조합이 지속 가능한 일자리 창출 기반을 확보했습니다. 또한 고용노동부의 “장애인 사회적경제 지원사업”은 지역 기반의 사회적 기업이 장애인 고용을 확대할 수 있도록 인건비, 컨설팅, 판로개척을 지원합니다.
최근에는 전통적인 보호작업장에서 벗어나, 장애인이 주체로 참여하는 사회적기업 모델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발달장애인이 직접 운영하는 카페, 수공예 브랜드, IT 협동조합 등이 등장하고 있으며, 이들은 ‘소비자 중심의 생산자 모델’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또한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공동 경영하는 협동조합이 지역서비스와 친환경 제품 사업을 결합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장애인 고용의 질적 수준과 임금 격차, 사회적기업의 재정 지속성은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한국은 향후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단순 고용정책이 아닌 ‘포용적 산업정책’으로 발전시켜야 하며, 장애인의 생산역량을 강화하는 직업교육과 디지털 전환 지원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미국은 민간혁신형 사회적경제 모델, 유럽은 협동조합 중심의 포용경제, 한국은 공공주도형 생태계 구축이라는 차별적 접근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회적 경제는 장애인을 ‘도움받는 존재’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경제 주체’로 전환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입니다. 향후 정책은 장애인의 참여와 의사결정권을 중심에 두고, 지속 가능한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조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