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경제적 자립을 위해서는 단순한 소득 보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서는 재산 형성, 금융 접근성, 장기자산 관리가 결합된 복지체계가 필요합니다. 이에 선진국들은 장애인의 자산 형성과 관리 능력을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다양한 금융복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미국, 영국, 북유럽의 장애인 자산관리 복지제도를 중심으로, 어떻게 장애인의 경제적 자립과 사회참여를 촉진하고 있는지를 살펴봅니다.

1. 미국 – ABLE 계좌와 장애인 금융자립 지원 시스템
미국은 장애인의 자산 형성을 지원하기 위해 ABLE(Achieving a Better Life Experience) 계좌 제도를 2014년에 도입했습니다. 이 제도는 장애인이 자신의 이름으로 저축계좌를 개설해 의료비, 주거비, 교육비, 교통비 등 생애 전반의 필수 지출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정책입니다. 특히 ABLE 계좌의 가장 큰 장점은 정부 보조금(SSI, Medicaid 등) 수급 자격에 영향을 주지 않는 비과세 저축수단이라는 점입니다. 즉, 일정 한도(연 18,000달러, 주별 상이) 내에서 저축한 금액은 복지 수급 자격 산정 시 자산으로 계산되지 않습니다. 이를 통해 장애인은 복지혜택을 잃지 않으면서도 장기적인 자산을 축적할 수 있습니다.
ABLE 계좌는 금융기관과 주정부가 공동으로 운영하며,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접근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ABLEnow’(버지니아주), ‘Ohio STABLE Account’는 저비용 수수료와 투자상품 선택 기능을 제공해 장애인이 자신의 자산을 능동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또한 미국은 장애인의 금융 이해력(Financial Literacy)을 높이기 위해 “ABLE Financial Planning Program”을 운영합니다. 이를 통해 장애인과 가족은 예산 관리, 세금 절감, 투자 기본 지식을 교육받습니다. ABLE 제도는 장애인의 경제활동을 단순한 생계보장이 아닌 경제적 주체로서의 자립으로 확장시켰다는 점에서 혁신적인 복지금융 모델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2. 영국 – 신탁제도와 개인자산 보호 중심의 지원체계
영국은 장애인의 재산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법적·금융적 장치를 일찍부터 발전시켜 왔습니다. 대표적인 제도는 “Disabled Person’s Trust(장애인 신탁제도)”입니다. 이는 가족이나 후견인이 장애인을 위해 설정한 신탁계좌에 자산을 예치하면, 해당 자산이 정부 복지혜택 계산에서 제외되는 제도입니다. 즉, 장애인의 복지수급 자격을 유지하면서도 자산이 보호되고, 신탁관리인이 대신 자금을 관리·운용합니다. 신탁은 장애인의 장기적인 경제적 안정을 보장하며, 부모가 사망한 이후에도 자녀의 생활비와 복지비용이 지속적으로 지급되도록 설계됩니다.
영국 정부는 또한 “Access to Work” 프로그램을 통해 장애인의 근로와 자산 형성을 동시에 지원합니다. 이 제도는 장애인이 근로 과정에서 필요한 장비, 교통, 보조인 비용을 정부가 지원함으로써, 근로 소득의 순자산화를 돕습니다. 아울러 “Individual Savings Account(ISA)” 제도는 장애인에게 비과세 저축한도를 높여 장기 투자 기회를 제공합니다. 특히 ‘Lifetime ISA’는 장애인의 미래 주거 마련과 노후 대비를 위한 효율적인 금융상품으로 평가받습니다. 영국의 장애인 자산관리 정책은 재산의 ‘보호’와 ‘성장’을 동시에 보장하며, 복지와 금융을 유기적으로 결합한 체계적 모델입니다. 다만 일부 저소득 장애인은 금융상품 접근성이 낮아 정부의 금융교육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3. 북유럽 – 복지기금과 사회투자를 통한 공공형 자산관리 모델
북유럽의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는 개인의 자산 형성을 복지국가의 핵심 요소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들 국가는 장애인의 경제자립을 개인의 노력에만 의존하지 않고,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공공형 자산관리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예를 들어, 스웨덴은 “Disability Savings Grant Program”을 통해 정부가 일정 금액을 매칭(funding match) 방식으로 지원합니다. 장애인이 일정 금액을 저축하면, 정부가 동일한 금액을 추가 적립하여 저축의 동기를 강화하는 제도입니다. 또한 사회보험청(Försäkringskassan)이 장애인의 복지급여와 연계된 금융계좌를 자동 관리하여, 생활비·의료비·주거비를 계획적으로 집행하도록 지원합니다.
덴마크는 “Social Investment Fund for Inclusion”을 통해 장애인 고용, 창업, 자산관리 프로젝트에 공공자금을 투자합니다. 이 기금은 장애인이 사회적기업, 자활기업 등에서 근로를 통해 자산을 형성하도록 촉진하며, 일부는 퇴직연금 계좌와 연계됩니다. 노르웨이는 디지털 복지금융 플랫폼을 도입하여, 장애인이 온라인으로 자신의 복지지출·저축·투자상황을 한눈에 관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특히 ‘Smart Budget AI System’은 개인의 지출패턴을 분석해 최적의 예산계획을 제시하며, 경제적 자립을 실질적으로 지원합니다. 북유럽의 특징은 자산관리 정책이 단순한 금융서비스를 넘어 ‘국가 복지기금의 사회투자’로 발전했다는 점입니다. 즉, 장애인의 자산형성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포용의 과정으로 인식됩니다.
결론적으로, 미국은 세제혜택형 금융자립 모델, 영국은 신탁기반의 자산보호형 모델, 북유럽은 공공투자형 복지금융 모델을 발전시켰습니다. 세 나라는 공통적으로 장애인의 재산권을 단순한 경제활동이 아닌 ‘인권’의 연장선으로 보고,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습니다. 한국은 향후 이들 사례를 참고하여, 비과세 저축제도 확대, 공공신탁기금 설립, 디지털 자산관리 서비스 개발을 추진해야 합니다. 진정한 복지는 소득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자산 형성의 기회를 평등하게 보장하는 데서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