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복지정책은 각국의 역사, 사회 철학, 재정 여건을 반영하며 매우 다르게 발전했습니다. 특히 스웨덴, 일본, 한국은 경제규모나 사회구조에서 차이가 있지만, 모두 고령화와 사회통합이라는 공통 과제를 안고 있어 장애인 복지의 중요성을 점점 더 강조하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스웨덴, 일본, 한국의 장애인 복지체계를 비교하며 각국의 특징과 차이점을 구체적으로 살펴봅니다.
스웨덴: 보편주의와 개인 맞춤형 서비스
스웨덴은 세계적으로 가장 발전된 복지국가 모델로 평가받으며, 장애인 정책에서도 보편주의 원칙이 핵심입니다. 모든 국민이 사회보장 체계 안에서 동일한 권리를 가지며, 장애인은 국가가 평등한 삶을 보장해야 할 대상입니다.
스웨덴의 가장 큰 특징은 개인 맞춤형 서비스(Personal Assistance)입니다. 중증장애인은 필요시간을 평가받아 연간 최대 800시간 이상 개인도우미를 무상 지원받습니다. 지원 범위도 매우 광범위하여 개인위생, 식사, 외출, 직업활동까지 생활 전반을 포함합니다.
또한 지방자치단체는 모든 장애인에게 접근 가능한 주거 환경을 보장할 의무가 있으며, 무장애 주택 공급과 개조 비용을 지원합니다. 교육에서는 통합교육이 기본 원칙으로, 장애아동은 지역학교에서 필요한 보조교사나 장비를 제공받아 비장애 아동과 함께 수업을 받습니다.
재원은 높은 조세 부담을 기반으로 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분담으로 충당됩니다. 국민의 동의 하에 세금을 많이 내더라도 모두가 필요한 돌봄과 지원을 받는다는 사회적 합의가 굳건한 점이 특징입니다.
일본: 제도화된 서비스와 가족 책임의 병존
일본의 장애인 복지는 제도화와 표준화가 잘되어 있지만, 가족 책임이 여전히 큰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2006년 '자립지원법'(현 장애인종합지원법) 시행을 기점으로, 서비스가 전국적으로 균일하게 제공되도록 법제화했습니다.
일본의 장애인 자립지원급여는 개인의 필요도 평가에 따라 돌봄시간을 차등 지원하는 제도입니다. 지역별 심사위원회가 종합조사를 통해 급여량을 결정하며, 월 24시간에서 400시간 이상까지 지원이 가능합니다. 다만 서비스는 지자체의 예산과 공급 인력에 크게 의존해 지역별 편차가 존재합니다.
일본은 장기요양보험제도도 고령 장애인에게 적용되어, 만 65세 이상이 되면 장기요양서비스로 전환됩니다. 이 때문에 고령 중증장애인 일부는 활동지원시간이 줄어드는 문제가 지적되어 2020년대 들어서는 선택제 도입 논의가 진행 중입니다.
또한 가족돌봄자의 부담이 여전히 큽니다. 제도적으로 가족이 24시간 돌봄을 분담해야 하는 문화가 강하게 남아 있으며, 서비스 이용 시에도 가족 동의나 협력이 필수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따라 가족 지원수당이나 휴식지원 서비스도 확대되고 있지만, 가족책임 경감이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한국: 공공의 책임 확대와 맞춤형 지원으로의 전환
한국은 1980년대까지 시설 보호 중심, 시혜적 지원이 주류였으나 2000년대 이후 권리 중심 복지로 빠르게 전환했습니다. 2007년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2011년 활동지원서비스 전국 시행, 2010년 장애인연금 도입 등 제도적 기반이 확대되었습니다.
특히 2019년 이후 단계적으로 장애등급제를 폐지하고, 2025년 현재는 서비스지원 종합조사를 통해 개인의 필요를 평가해 맞춤형 지원을 제공합니다. 활동지원서비스는 월 최대 600시간까지 가능하며, 의료비 감면, 교통비 할인, 보조기기 지원 등 다양한 혜택이 연계됩니다.
또한 최근에는 지역사회 통합돌봄 정책을 통해, 장애인이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자립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주거, 돌봄, 건강, 고용을 통합 지원하는 모델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다만 농촌·도서지역의 서비스 접근성, 돌봄인력 부족, 가족돌봄자의 과중한 부담 등 지역별 격차 문제는 여전히 과제입니다.
한국의 장애인복지는 재원에서 중앙정부의 비중이 매우 크며, 지자체는 국고보조금과 자체 예산을 혼합해 서비스와 시설을 운영합니다. 복지예산의 규모는 매년 확대되어 2025년 기준 장애인복지 예산은 6조 원 이상에 달합니다. 그러나 스웨덴처럼 높은 조세부담을 통한 보편적 복지 모델에는 이르지 못했고, 일본과 비슷하게 가족책임이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결론
스웨덴, 일본, 한국은 각각의 역사와 사회적 합의 수준을 반영해 장애인 복지를 설계하고 발전시켜 왔습니다. 스웨덴이 보편주의와 개인맞춤형 지원을 가장 선도적으로 구현한 반면, 일본은 제도화와 가족책임이 병존하고, 한국은 빠른 제도적 발전과 맞춤형 서비스로의 전환을 이루어가고 있습니다. 각국의 경험은 한국의 복지정책이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는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