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은 정보 접근과 이동에서 많은 제약을 겪지만, 교육과 취업 기회가 보장된다면 자립과 사회참여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에서 각국은 다양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선진국들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교육권 보장과 직업 지원 정책을 긴밀히 연계해 학습에서 고용까지 이어지는 연속적 지원 체계를 구축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미국, 영국, 북유럽의 사례를 중심으로 시각장애인 교육과 취업 지원 제도를 살펴보고, 한국 사회가 참고할 수 있는 시사점을 정리하겠습니다.
1. 미국 – 보조공학 중심의 교육 지원과 직업훈련
미국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교육과 취업 정책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대표적 국가입니다. 장애인교육법(IDEA)과 미국 장애인차별금지법(ADA)은 시각장애 학생이 동등한 학습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점자 교재, 전자 점자 디스플레이, 음성 지원 소프트웨어 등 보조공학 기기를 적극 활용하며, 학습 자료 접근성을 법적으로 보장합니다. 또한 교사와 학생이 함께 작성하는 개별화 교육계획(IEP)을 통해 학생별 필요에 맞는 교육을 제공합니다.
고등교육 단계에서도 대학은 시각장애 학생에게 학습지원센터를 운영하며, 시험 시간 연장, 디지털 교재 변환, 점자 서비스 등을 제공합니다. 이로 인해 시각장애인의 대학 진학률은 과거보다 크게 향상되었습니다. 취업 분야에서는 연방직업재활법에 따라 주정부 직업재활기관이 시각장애인을 위한 직업평가, 훈련, 구직활동을 지원합니다. 특히 IT, 행정, 상담 등 지식 기반 직종에 시각장애인이 진출할 수 있도록 전문 훈련 과정을 제공합니다.
미국의 강점은 보조공학을 적극 활용하여 교육에서 취업으로 이어지는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지원한다는 점입니다. 다만 지역과 주마다 지원 수준이 다르다는 불균형 문제가 과제로 지적됩니다.
2. 영국 – 통합교육과 고용지원 서비스
영국은 평등법(Equality Act)을 통해 시각장애인의 교육과 취업 권리를 보장합니다. 교육 분야에서는 ‘특수교육 필요와 장애(SEND)’ 제도를 통해 시각장애 학생이 일반학교에서 또래와 함께 학습할 수 있도록 통합교육을 시행합니다. 이 과정에서 시각장애 학생은 점자 자료, 확대 교재, 스크린리더 소프트웨어 등 맞춤형 학습 자료를 지원받습니다. 또한 교사들은 시각장애 교육 전문 훈련을 받아, 학급 내에서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습니다.
영국은 대학과 직업훈련 단계에서도 장애학생지원서비스(Disability Support Services)를 운영해 학업 접근성을 보장합니다. 예를 들어, 강의자료를 대체 형식으로 제공하거나, 시험 환경을 조정하는 방식입니다. 취업 영역에서는 정부가 Access to Work 프로그램을 통해 시각장애인이 직장에 정착할 수 있도록 교통비 지원, 보조공학 기기 제공, 직무 보조인 지원을 제공합니다.
이러한 정책 덕분에 시각장애인의 고용 유지율이 크게 높아졌으며, 특히 법률, 교육, 상담, IT 분야에서 전문 직종 진출이 활발합니다. 영국의 특징은 교육과 고용을 연결하는 종합적 지원 체계와, 시각장애인의 직장 내 차별을 방지하는 법적 장치가 잘 마련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3. 북유럽 – 평생교육과 자립 중심의 고용 정책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는 시각장애 교육과 취업 정책을 복지 시스템 속에 긴밀히 통합하고 있습니다. 스웨덴은 시각장애 학생이 일반학교에서 통합교육을 받되, 필요한 경우 특수교사와 보조교사가 함께 지원합니다. 모든 교재는 디지털화되어 점자·음성 형식으로 제공되며, 공공도서관은 전자책과 오디오북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합니다.
덴마크는 성인 시각장애인을 위한 평생교육에 중점을 둡니다. 직업재활센터와 성인교육기관에서 디지털 기술, 직업기술, 생활 기술 교육을 제공하며, 이는 장애인이 나이에 관계없이 새로운 직업을 찾을 수 있도록 돕습니다. 노르웨이는 ‘개인 맞춤형 직업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시각장애인의 취업을 지원하며, 직업훈련비와 보조공학 장비 비용을 정부가 부담합니다.
북유럽의 특징은 시각장애인을 사회의 완전한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교육·고용·복지·문화 전반에서 통합적으로 지원한다는 점입니다. 직업 영역에서도 단순 노동보다는 전문 직종으로의 진출을 장려하며, 직장 내에서 필요한 지원을 국가가 적극적으로 제공합니다. 이는 시각장애인의 자립과 사회참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선진적 모델로 평가됩니다.
결론
결론적으로, 미국은 보조공학 중심의 교육·취업 지원, 영국은 통합교육과 고용지원 서비스, 북유럽은 평생교육과 자립 중심의 고용 정책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은 이 세 가지 모델을 종합적으로 참고하여 시각장애인의 학습권 보장과 고용 기회를 확대하는 정책을 강화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