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권 보장은 사회적 평등을 실현하는 중요한 과제가 되었습니다. 웹사이트, 모바일 앱, 전자책, 공공정보 등 다양한 영역에서 접근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시각장애인은 교육, 고용, 문화생활에서 소외될 수 있습니다. 이에 선진국들은 법적 규제와 기술 혁신을 결합하여 시각장애인이 동등하게 디지털 환경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정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미국, 유럽, 일본의 시각장애인 디지털 접근성 정책을 비교해보겠습니다.
1. 미국 – 법적 규제와 민간 혁신의 결합
미국은 디지털 접근성 정책에서 가장 체계적인 법적 기반을 마련한 국가 중 하나입니다. 장애인차별금지법(ADA)과 재활법 508조(Section 508)는 연방정부 기관과 공공기관이 제공하는 모든 전자정보와 IT 서비스가 접근성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이에 따라 웹사이트와 모바일 앱은 스크린리더 호환성을 갖추어야 하며, 시각장애인이 음성 안내를 통해 동일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야 합니다.
민간 부문에서도 접근성 강화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애플은 iOS에 VoiceOver라는 스크린리더를 내장하여 시각장애인이 스마트폰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구글은 TalkBack과 AI 기반 이미지 설명 기능을 제공하며, 마이크로소프트는 Seeing AI 앱을 통해 텍스트 읽기와 사물 인식 서비스를 지원합니다. 이러한 민간 혁신은 법적 규제를 보완하며 시각장애인의 디지털 생활을 실질적으로 개선했습니다.
미국의 특징은 법적 의무와 민간 기술 혁신의 결합입니다. 다만 소규모 기업이나 지방정부에서는 여전히 접근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제도적 집행력 강화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2. 유럽 – EU 차원의 통합 정책
유럽연합(EU)은 European Accessibility Act(2019)를 제정하여, 회원국이 디지털 접근성 기준을 일관되게 적용하도록 했습니다. 이 법은 전자상거래, 은행 서비스, 전자책, 스마트 기기, 교통 예약 시스템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시각장애인의 접근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명시합니다. 또한 EU는 웹 접근성 지침(WCAG 2.1)을 공공기관 웹사이트와 모바일 앱에 의무적으로 적용하고 있습니다.
영국은 EU 탈퇴 이후에도 평등법(Equality Act 2010)을 기반으로 접근성을 강화하고 있으며, 모든 공공서비스 웹사이트가 접근성 평가 보고서를 공개하도록 의무화했습니다. 독일은 철도·버스 예약 시스템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 안내 기능을 도입했고, 프랑스는 전자 행정 서비스에서 쉬운 언어와 스크린리더 호환성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북유럽 국가는 접근성을 ‘사회적 권리’로 규정하여, 공공기관뿐 아니라 민간기업의 디지털 서비스도 무장애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유럽의 강점은 회원국 차원의 통합적 접근입니다. EU 차원에서 기준을 마련하고 각국이 이를 실행하도록 관리하기 때문에, 국가 간 편차를 줄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중동부 유럽 국가는 재정 부족으로 접근성 개선이 더딘 것이 현실적 한계입니다.
3. 일본 – ICT 활용과 점진적 개선
일본은 2016년 장애인차별해소법을 개정하여 디지털 접근성을 제도화했습니다. 이 법에 따라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모든 웹사이트와 디지털 서비스에서 접근성을 보장해야 하며, 민간기업에도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또한 일본공업규격(JIS)은 WCAG를 기반으로 한 국내 표준을 마련하여, 웹사이트 접근성 지침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일본은 ICT 기반 서비스 확대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NHK는 방송 프로그램에 음성 해설(Audio Description) 서비스를 도입했으며, 스마트폰 앱을 통해 시각장애인이 대중교통 정보를 음성으로 안내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전자책 보급 확대와 함께 점자 변환 소프트웨어를 지원하여, 시각장애인이 학습과 독서에서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은 아직 공공기관 웹사이트 중 일부가 접근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중소기업의 참여율이 낮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주도의 ICT 접근성 확대 정책은 점진적인 개선을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결론
결론적으로, 미국은 법적 규제와 민간 혁신의 결합, 유럽은 EU 차원의 통합 정책, 일본은 ICT 활용과 점진적 개선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은 이들 사례를 참고해 디지털 접근성을 법적으로 의무화하고, 민간 부문의 혁신을 촉진하며, 전국적으로 균등한 서비스 제공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발전시켜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