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이동권은 교육, 고용, 사회참여 등 삶의 모든 영역을 가능하게 하는 기본권으로, 선진국에서는 이미 인권 차원에서 중요한 과제로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유럽은 유니버설 디자인, 교통 인프라 개선, 법적 보장을 통해 장애인의 자유로운 이동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습니다. 이동권은 단순히 물리적 접근성을 넘어서, 사회 통합과 평등권 보장의 핵심 지표로 기능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유럽 주요 국가들이 이동권을 어떻게 제도화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각 사례가 가지는 시사점을 분석하겠습니다.
1. 유럽연합 차원의 이동권 보장 정책
유럽연합(EU)은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해 다양한 지침과 규정을 제정해 왔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교통수단 이용에서의 장애인 권리 규정입니다. EU는 항공, 철도, 버스, 선박 등 모든 교통수단에서 장애인의 접근권을 보장하는 규정을 마련하고 있으며, 특히 공공 교통수단은 필수적으로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편의시설을 갖추도록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08년 제정된 ‘여객 권리 규정’은 항공사와 철도회사가 장애 승객의 추가 비용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하고, 무료 보조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또한 EU는 유니버설 디자인 원칙을 기반으로 모든 신규 교통 인프라 건설 시 장애인의 접근성을 의무적으로 반영하도록 규정합니다. 이는 단순히 시설을 개조하는 수준을 넘어, 처음부터 장애인의 이동권을 고려한 설계를 제도화한 것입니다. 이와 더불어 각국은 국가별 장애인 권리 전략을 수립해 EU 지침을 구체적으로 이행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EU 차원의 통합된 규제는 회원국 간의 정책 차이를 줄이고, 장애인의 국경 간 이동에도 일관된 권리를 보장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EU는 법적·제도적 틀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각국이 공통의 기준을 지키도록 유도하는 상위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이 참고할 만한 중요한 사례로, 단일 국가 내 법제도만이 아니라 국제적 연계가 가능하도록 제도적 틀을 설계하는 것이 필요함을 보여줍니다.
2. 독일과 프랑스 – 교통 인프라 개선과 법적 의무화
독일은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해 연방차별금지법(AGG)과 연방교통법을 중심으로 체계를 구축했습니다. 독일의 주요 철도역과 대중교통 수단에는 엘리베이터, 저상버스, 음성안내 시스템, 촉각 유도블록 등이 필수적으로 설치되어 있습니다. 특히 ‘전국 철도 접근성 계획’에 따라 2022년까지 주요 역의 75% 이상이 완전 접근성을 확보했으며, 2030년까지 10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또한 장애 승객에게는 무료 보조서비스(승차 지원, 안내 서비스)가 제공되며, 이는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입니다.
프랑스는 2005년 장애인 권리법을 제정하며 모든 공공시설과 교통수단에 대한 접근성을 의무화했습니다. 파리와 같은 대도시에서는 저상버스 보급률이 90% 이상이며, 지하철역과 기차역에도 승강기와 안내 시스템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프랑스는 장애인의 ‘자유로운 이동’을 헌법적 권리로 명시하고 있어, 장애인이 교통시설 접근권을 침해당했을 경우 행정적·법적 구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독일과 프랑스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유럽 주요국은 교통 인프라 개선과 법적 의무화를 동시에 추진해 장애인의 이동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시설 개선이 아니라, 제도적·법적 강제력을 통해 국가 책임을 명확히 한 점이 특징입니다.
3. 북유럽 국가 – 유니버설 디자인과 사회적 합의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는 이동권 보장에서도 선진적인 모델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들 국가는 단순한 물리적 접근성 개선을 넘어서, 사회 전체가 장애인의 이동을 당연한 권리로 인식하는 문화적 기반을 갖추고 있습니다. 스웨덴의 경우 모든 신규 교통 인프라는 유니버설 디자인 원칙에 따라 설계되며, 법적으로 장애인의 접근성을 확보하지 못한 시설은 준공 허가를 받을 수 없습니다. 또한 대중교통 요금 체계에서도 장애인과 동행 보호자에게 요금 감면을 제공해 실질적 이용률을 높이고 있습니다.
노르웨이는 ‘교통 포용 계획’을 수립해, 2025년까지 모든 공공 교통수단을 장애인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개선하고 있습니다. 저상버스와 장애인 택시 서비스가 전국적으로 보급되어 있으며, 교통사고 예방 차원에서 장애인의 안전을 고려한 추가 규정도 시행되고 있습니다. 덴마크는 교통 서비스뿐 아니라 주차 공간, 도보 이동 환경까지 통합적으로 고려하여, 장애인이 이동 과정 전반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제도를 설계했습니다.
이들 국가의 특징은 법과 제도뿐 아니라 사회적 합의가 강력하게 뒷받침된다는 점입니다. 장애인의 이동권은 단순한 복지가 아니라 사회의 평등권 문제로 인식되며, 이를 위해 세금과 행정적 자원을 아낌없이 투자합니다. 이러한 구조는 한국이 장기적으로 참고해야 할 모델로, 단순한 시설 확충을 넘어 사회적 인식 개선과 제도적 의무를 결합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결론
결론적으로 유럽의 장애인 이동권 보장 사례는 ▲EU 차원의 법적 규제 ▲국가별 교통 인프라 개선과 법적 의무화 ▲북유럽의 유니버설 디자인과 사회적 합의라는 세 가지 핵심 축으로 정리됩니다. 한국 역시 단기적 시설 보완에 그치지 않고, 이동권을 인권 차원에서 제도화하고 사회적 인식을 확산시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