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등급제는 오랫동안 한국의 장애인 복지서비스를 결정짓는 핵심 기준이었으나, 획일적이고 권리보장 관점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이에 정부는 2019년부터 단계적으로 폐지를 추진해 2025년 현재는 완전히 새로운 체계로 전환되었습니다. 본 글에서는 1~6급의 기존 체계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새 체계의 내용과 실효성 평가를 구체적으로 살펴봅니다.
1~6급 체계의 변화: 중증·경증 2단계와 종합조사 도입
기존 장애등급제는 1988년 도입된 이후 30년 넘게 유지되면서 장애를 1급부터 6급까지 나누었습니다. 1~2급은 중증, 3~6급은 경증으로 간주해 서비스 지원과 혜택 수준을 차등화했습니다. 문제는 이 체계가 의학적 손상 정도만 평가해 개인의 실제 생활상 어려움과 환경적 제약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이에 정부는 2019년 7월부터 ‘장애등급제 폐지’를 선언하고, 단계적으로 1~6급 구분을 폐지했습니다. 2025년 현재는 법적 등급 판정이 '중증'과 '경증'의 2단계로 간소화되었으며, 복지서비스 지원 여부와 규모는 ‘서비스지원 종합조사’를 통해 결정됩니다.
‘중증’은 기존 1~3급 상당의 상태를 포괄하며, ‘경증’은 4~6급 수준을 포함합니다. 그러나 기존의 단순 등급 구분은 더 이상 서비스 자격 기준이 아니며, 국가유공자 지원 등 일부 법정수당을 제외하고는 서비스 배분의 기준에서 사실상 폐지되었습니다.
중증·경증 구분은 행정적 최소한의 분류로 남았을 뿐, 실제 서비스에서는 개인의 일상생활 수행능력(ADL), 인지·행동특성, 사회적 환경, 보호자 상황 등을 평가하는 종합조사를 통해 지원 내용과 시간이 맞춤 설계됩니다.
서비스지원 종합조사: 맞춤형 필요도 평가
종합조사는 기존 등급제의 획일적 기준을 대체하는 핵심 제도입니다. 보건복지부가 표준화한 조사도구를 활용해 국민연금공단 조사원이 직접 가정을 방문해 평가를 진행합니다.
평가는 크게 ① 일상생활 수행능력(ADL/IADL) ② 인지·행동 문제 ③ 건강상태(만성질환, 정신질환 포함) ④ 사회적·환경적 요인(보호자 유무, 주거환경 등)으로 나누어 이뤄집니다. 조사점수를 바탕으로 활동지원서비스 시간, 돌봄휴식지원, 주거개조 지원, 방문간호 서비스 등 복지급여가 차등 결정됩니다.
예를 들어 기존 2급 장애인이라 해도 가족이 상주하고 보조가 충분하면 지원시간이 줄어들 수 있고, 반대로 기존 4급이더라도 독거, 거동제약, 인지장애가 중첩되면 높은 점수를 받아 더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2025년 현재 활동지원서비스는 월 60시간에서 최대 600시간 이상까지 가능하며, 본인부담금은 소득에 따라 면제·감면됩니다. 맞춤형 지원을 통해 서비스의 효율성과 형평성을 동시에 높이는 것이 목표입니다.
실효성 평가: 장점과 한계
장애등급제 폐지 이후의 가장 큰 장점은 획일적인 의학적 등급 기준에서 벗어나 개인의 생활상 어려움과 환경을 반영한 맞춤형 지원이 가능해졌다는 점입니다. 실제 조사 결과, 독거 중증장애인, 가족돌봄 부담이 큰 가구, 인지·정신장애가 동반된 사례에서 지원시간이 확대되어 지원 형평성이 개선되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또한 과거에는 3급 이하 경증으로 분류되어 활동지원에서 제외되던 일부 장애인이 종합조사 결과 일정 지원을 받게 되어 ‘서비스 사각지대’가 완화되었습니다. 돌봄서비스 외에도 건강관리 통합서비스, 응급돌봄, 주거개조지원 등이 종합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연계되어 통합서비스 설계가 용이해졌습니다.
하지만 한계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첫째, 조사도구가 일상생활 중심이어서 시각·청각장애와 같이 기능적 제약은 크지만 ADL 점수가 낮게 나오는 장애유형에서 서비스시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둘째, 조사원이 방문해 평가해야 하는 과정이 사생활 노출 부담, 조사결과의 일관성 문제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셋째, 서비스 확충이 조사결과와 연계되지 못하는 지역격차 문제도 있습니다. 농촌·도서지역은 활동지원 인력 부족으로 배정된 시간이 실제 이용으로 이어지지 않는 사례가 있으며, 지자체 재정력에 따른 편차도 여전합니다.
이에 정부는 2025년부터 조사도구 개편, 조사원 교육 강화, 서비스 공급인력 확충, 지방비 지원 확대 등을 단계적으로 시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장애계 의견을 수렴해 시각·청각장애 등 유형별 특성을 반영한 평가항목 개선을 추진 중입니다.
결국 장애등급제 폐지는 단순한 숫자 구분을 넘어서 개인의 필요에 기반한 권리 중심 서비스 체계로의 전환을 의미합니다. 제도적 성과와 한계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보완하면서, 모든 장애인이 차별 없이 맞춤형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복지체계를 만드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입니다. 본인이나 가족이 해당된다면 주소지 주민센터나 복지로 포털을 통해 서비스지원 종합조사와 다양한 복지급여를 꼭 신청해 보시길 권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