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을 돌보는 가족은 신체적·정신적 부담을 장기간 감당해야 하며, 이는 돌봄 제공자의 건강 악화와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부담을 줄이고 돌봄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선진국들은 다양한 가족 휴식지원(Respite Care)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제도는 가족이 일정 기간 돌봄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국가와 지방정부가 전문 인력이나 시설을 통해 장애인을 돌봐주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이번 글에서는 미국, 영국, 북유럽의 가족 휴식지원 제도를 살펴보고 벤치마킹할 점을 분석하겠습니다.
1. 미국 – 단기 보호 서비스와 바우처 제도
미국은 Respite Care Program을 통해 장애인 가족이 돌봄에서 벗어나 재충전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연방정부는 National Family Caregiver Support Program(NFCSP)을 운영하여, 가족 돌봄자가 단기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전문 시설, 주간보호센터, 가정 방문 서비스 등을 제공합니다. 이를 통해 가족은 며칠에서 몇 주간의 휴식 시간을 확보할 수 있으며, 그 동안은 훈련된 전문가가 장애인을 돌봅니다.
특히 미국은 바우처 제도를 운영하여 돌봄 서비스 제공자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합니다. 가족은 주정부에서 제공하는 바우처를 활용해 원하는 시설이나 돌봄 인력을 선택할 수 있으며, 이는 개인 맞춤형 지원을 가능하게 합니다. 또한 일부 주에서는 가족이 직접 돌봄 인력을 고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여, 돌봄의 질을 높이고 가족의 만족도를 향상시키고 있습니다.
미국 제도의 장점은 다양한 서비스 형태와 선택권 보장입니다. 그러나 지역 간 예산 차이로 인해 서비스 접근성의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점은 개선해야 할 과제입니다.
2. 영국 – 가족 돌봄자의 권리 보장과 단기휴식
영국은 Care Act 2014를 통해 가족 돌봄자를 ‘Carer’라는 법적 지위로 인정하고, 그들의 권리를 보장했습니다. 이에 따라 돌봄자는 지방정부에 ‘Carer’s Assessment’를 신청해 자신이 필요한 지원을 평가받을 수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휴식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서비스는 단기 보호(Short Breaks) 제도입니다. 장애인이 일정 기간 동안 단기 시설이나 전문 돌봄 인력과 함께 지내는 동안, 가족은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습니다.
영국의 지방정부는 장애 아동 부모를 위한 별도의 단기휴식 프로그램도 운영합니다. 아동은 캠프나 체험활동에 참여하고, 부모는 일정 기간 양육 부담에서 벗어나 재충전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일부 지역에서는 자조모임(Self-help Group)을 운영하여 가족들이 서로 경험을 공유하고 정서적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합니다.
영국의 특징은 돌봄을 개인의 책임이 아닌 사회적 책임으로 인식한다는 점입니다. 이를 통해 가족은 ‘지원받을 권리’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으며, 돌봄 지속성을 높이는 제도적 기반을 갖추고 있습니다. 다만 지방정부의 재정 여건에 따라 서비스 수준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한계입니다.
3. 북유럽 – 보편적 복지 속 가족휴식 지원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는 가족 휴식지원을 보편적 복지의 일환으로 제공합니다. 이들 국가는 장애 아동과 성인을 위한 Respite Service를 국가와 지방정부가 직접 운영하며, 대부분 무료 또는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됩니다. 대표적으로 스웨덴은 장애 아동을 위한 단기 보호 시설과 활동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부모가 정기적으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합니다.
덴마크는 가정 방문형 휴식 지원을 운영합니다. 전문 돌봄 인력이 장애인 가정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부모를 대신해 돌봄을 제공하고, 그동안 가족은 휴식이나 개인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또한 북유럽은 주거와 돌봄을 연계해, 장애인이 성인이 된 이후에는 독립된 주거시설에서 생활하면서 필요한 경우 가족 대신 사회복지사가 돌봄을 제공합니다.
북유럽 모델의 가장 큰 특징은 보편적 접근입니다. 소득 수준이나 장애 정도에 관계없이 모든 장애인 가족이 휴식 지원을 받을 수 있으며, 이는 가족 돌봄의 부담을 사회가 함께 나누는 방식입니다. 그러나 복지 재정 부담이 크다는 점이 도전 과제로 지적되기도 합니다.
결론
결론적으로, 미국은 바우처와 다양한 서비스 선택권, 영국은 법적 권리 보장과 단기휴식 제도, 북유럽은 보편적 복지 속 가족휴식 지원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은 이들 사례를 벤치마킹하여 돌봄을 개인의 책임에서 사회적 책임으로 전환하고, 가족 휴식지원 제도를 제도화함으로써 장애인 가족의 삶의 질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돌봄 환경을 구축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