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접근권은 현대 사회에서 장애인의 평등한 권리를 보장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교육, 고용, 문화, 정치 참여 등 모든 영역에서 정보 접근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실질적인 사회참여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선진국들은 법적 제도, 기술 활용, 서비스 제공을 통해 장애인의 정보 접근권을 체계적으로 보장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미국, 유럽연합(EU), 일본의 정책을 중심으로 비교해 보며,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겠습니다.
1. 미국 – ADA와 Section 508을 통한 접근성 보장
미국은 정보 접근권 보장에서 가장 체계적인 법적 기반을 마련한 국가 중 하나입니다. 대표적으로 장애인차별금지법(ADA)은 공공 및 민간 영역에서 장애인의 동등한 참여를 보장하며, 정보와 통신 서비스에서도 차별을 금지합니다. 특히 1998년 개정된 재활법 Section 508은 연방정부가 사용하는 전자 및 정보기술이 장애인이 접근 가능하도록 의무화했습니다. 이 법에 따라 정부 웹사이트, 소프트웨어, 전자문서 등은 시각·청각·지체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합니다.
미국은 또한 웹 접근성 지침(WCAG)을 적극적으로 적용하여, 공공기관뿐 아니라 민간 기업에도 준수를 권고합니다. 예를 들어, 대형 IT 기업들은 음성인식, 스크린리더 지원, 자막 자동생성 기능 등을 서비스에 기본적으로 포함하고 있습니다. 교육 영역에서는 ‘Individuals with Disabilities Education Act(IDEA)’에 따라 시각장애 학생에게 점자 교재, 청각장애 학생에게 수화 통역 및 자막을 제공하는 것이 법적으로 보장됩니다.
이러한 제도로 인해 미국은 정보 접근성 보장 수준이 높지만, 여전히 중소기업이나 지역 단위 기관에서는 적용이 미흡하다는 한계도 존재합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법적 강제력과 기술 혁신이 결합된 대표적 모델로 평가받습니다.
2. 유럽연합(EU) – 디지털 접근성 법제화와 표준화
EU는 European Accessibility Act(EAA)와 웹 접근성 지침(EU Web Accessibility Directive)을 통해 정보 접근권을 보장합니다. 2019년 발효된 EAA는 금융, 교통, 전자상거래, 전자책, 스마트기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장애인의 접근성을 의무화했으며, 회원국은 이를 자국 법률로 전환해 시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웹사이트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은 WCAG 2.1 수준을 충족해야 하며, 공공기관은 정기적으로 접근성 평가 보고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EU의 특징은 표준화와 국제 연계입니다. 모든 회원국이 동일한 기준을 따르도록 규정하여, 국가 간 격차를 줄이고 장애인이 국경을 넘어 동일한 수준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합니다. 예를 들어, 독일과 스웨덴에서 제공되는 정부 웹사이트는 동일한 접근성 기준을 충족해야 하며, 장애인이 여행이나 이주를 하더라도 불편 없이 정보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또한 EU는 민간 기업에도 접근성 의무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대형 은행, 통신사, 온라인 쇼핑몰 등은 시각장애인용 화면 낭독 지원, 청각장애인을 위한 실시간 자막 서비스, 고령자를 위한 단순화된 인터페이스를 제공해야 합니다. 이는 장애인의 디지털 경제 참여를 촉진하고, 사회 전반의 포용성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3. 일본 – 장애인 차별 해소법과 ICT 활용
일본은 2016년 시행된 장애인차별해소법을 통해 정보 접근권 보장을 법제화했습니다. 이 법은 행정기관과 공공기관뿐 아니라 민간 기업에도 합리적 배려 의무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특히 웹사이트와 전자서비스는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하며, 이를 위해 일본산업규격(JIS X 8341)을 제정해 WCAG와 연계된 국내 표준을 마련했습니다.
일본은 ICT를 적극 활용한 접근성 정책이 특징적입니다. 음성인식 기반 서비스, 자동 자막 생성 시스템, 점자 디스플레이, AI 기반 화면 낭독 솔루션 등이 대표적입니다. 또한 NHK 등 공영방송은 모든 뉴스와 주요 프로그램에 자막과 수어 통역을 제공하며, 긴급재난 정보 역시 청각·시각장애인이 동시에 접근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교육과 행정 영역에서도 정보 접근성이 강화되었습니다. 대학과 학교는 장애 학생을 위한 학습자료 변환 서비스(예: 전자점자, 쉬운 일본어 해설)를 제공하며, 정부는 ‘배리어프리 IT 추진 프로그램’을 통해 중소기업의 접근성 기술 도입을 지원합니다. 다만 일본은 아직 민간 중소기업과 지방 자치단체 수준에서 격차가 존재한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됩니다.
결론
결론적으로, 미국은 법적 강제력과 기술 혁신, EU는 국제 표준화와 의무 확대, 일본은 ICT 기반의 실용적 접근이라는 특징을 보입니다. 한국은 이 세 가지 모델을 종합하여, 법제 강화와 기술 활용, 국제 표준 연계를 동시에 추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현재, 정보 접근권은 장애인의 기본권 보장과 사회 통합을 위한 핵심 조건임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