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인은 오랫동안 사회적 낙인과 제도적 소외 속에서 충분한 복지 혜택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선진국들은 정신건강을 공중보건 차원의 핵심 의제로 인식하며, 정신장애인에 대한 복지정책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의료적 치료를 넘어, 지역사회 기반 돌봄, 고용 및 주거 지원, 인권 보장까지 포함하는 종합적 접근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미국, 유럽, 일본을 중심으로 정신장애인 복지정책의 국제 동향을 살펴보고 한국에 주는 시사점을 정리하겠습니다.
1. 미국 – 지역사회 기반 서비스와 고용 지원
미국은 1960년대부터 대규모 정신병원 중심의 수용 정책에서 벗어나, 지역사회 기반 서비스(Community-Based Services)로 전환했습니다. 이를 대표하는 제도가 커뮤니티 정신건강센터(Community Mental Health Centers, CMHC)입니다. 이 센터는 정신장애인에게 의료 서비스뿐 아니라 상담, 주거, 직업재활까지 종합적으로 제공하며, 가능한 한 지역사회에서 생활하도록 지원합니다. 연방정부는 ‘정신건강 평등법(Mental Health Parity Act)’을 제정하여 정신질환 치료를 다른 신체질환과 동등하게 보장했습니다.
또한 미국은 지원고용(Supported Employment) 정책을 통해 정신장애인의 노동시장 참여를 적극 장려합니다. 직업훈련, 현장 적응 지도, 고용주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정신장애인이 안정적으로 직업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합니다. 최근에는 원격 상담, 온라인 직업훈련 등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서비스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다만 미국은 지역별 예산 차이와 의료보험 제도 한계로 인해 서비스 격차가 발생한다는 문제점도 안고 있습니다.
2. 유럽 – 탈수용화와 인권 중심 접근
유럽은 정신장애인 복지정책에서 ‘탈수용화(Deinstitutionalization)’를 가장 중요한 흐름으로 삼고 있습니다. 과거 대규모 정신병원에 수용되던 환자들을 지역사회로 이양하여,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탈리아는 1978년 바잘리아 법(Basaglia Law)을 통해 세계 최초로 정신병원 폐쇄를 추진했고, 이후 다른 유럽 국가로 확산되었습니다. 현재 유럽연합(EU)은 회원국에 지역사회 기반 정신건강 서비스 구축을 권고하며, 인권 중심의 정책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영국은 케어 프로그램 접근(Care Programme Approach)을 통해 환자별 맞춤형 계획을 수립하고, 의사·사회복지사·간호사 등이 팀을 구성해 지속적으로 지원합니다. 스웨덴과 덴마크는 정신장애인의 주거권 보장을 강화하여, 소규모 그룹홈이나 지원주택을 통해 지역사회에서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또한 유럽 각국은 정신장애인의 인권 보호를 위해 강제입원 절차를 엄격히 제한하고, 당사자의 동의와 권리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럽은 여전히 정신건강 서비스의 인력 부족과 국가별 격차 문제가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수용화와 인권 중심 정책’은 국제적으로 중요한 모델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3. 일본 – 의료 중심에서 지역사회 돌봄으로 전환
일본은 전통적으로 정신장애인을 장기 입원 치료 중심으로 관리해 왔습니다. 실제로 일본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정신병상 수를 보유하고 있으며, 평균 입원 기간도 길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국제적 흐름에 발맞춰 지역사회 기반 지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하고 있습니다. 2013년 개정된 정신보건복지법은 지역사회 생활 지원을 명시하며, 정신장애인이 퇴원 후 지역사회에서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주거와 직업 서비스를 강화했습니다.
일본은 또한 정신장애인 보건복지 수첩 제도를 통해 당사자에게 필요한 의료비 감면, 고용 지원, 교통비 감면 등의 혜택을 제공합니다. 지방자치단체는 정신건강 복지센터를 설치해 상담, 자립생활 지원, 가족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그러나 일본은 여전히 병원 중심 구조와 사회적 낙인이 강하게 남아 있어, 탈수용화 속도가 느리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에 따라 국제기구와 국내 전문가들은 지역사회 돌봄 확대와 인권 보장 강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결론론
정리하면, 미국은 지역사회 기반 서비스와 고용 지원, 유럽은 탈수용화와 인권 중심 접근, 일본은 의료 중심에서 지역사회 돌봄으로 전환 중이라는 특징을 보입니다. 한국은 이들 사례를 참고하여 정신장애인의 장기입원 문제를 개선하고, 지역사회 기반 복지와 인권 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발전시켜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