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인은 일상 전반에서 상시적인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에 국가의 돌봄서비스 체계가 삶의 질과 사회참여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합니다. 단순히 생존을 위한 돌봄이 아니라, 자율적 선택과 사회적 통합을 보장하는 돌봄이 제공되어야 비로소 인간다운 생활이 가능해집니다. 선진국들은 각기 다른 제도를 도입해 중증장애인의 자립과 권리 보장을 추구해왔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미국, 스웨덴, 일본의 중증장애인 돌봄서비스 사례를 살펴보고, 각 나라가 어떤 방식으로 효과를 창출했는지 분석하겠습니다.
1. 미국 – 소비자 선택권 중심의 개인보조서비스
미국의 돌봄서비스는 무엇보다도 ‘선택권’을 강조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메디케이드(Medicaid)를 통해 제공되는 개인보조서비스(Personal Assistance Services, PAS)는 중증장애인이 자신에게 필요한 지원을 스스로 설계하고, 그에 맞는 보조인을 직접 고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보조인은 전문 교육을 받은 돌봄 인력이 될 수도 있고, 본인이 신뢰하는 가족이나 지인일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사용자가 직접 서비스를 통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애인의 자율성과 생활 방식이 최대한 존중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장애인은 일상적 돌봄보다는 취업 준비와 직장 생활을 돕는 보조가 필요할 수 있으며, 또 다른 장애인은 가사 활동이나 외출 지원에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싶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맞춤형 서비스 설계는 생활 만족도를 높이고 사회참여를 촉진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이 제도의 효과는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첫째, 장애인은 활동보조인을 통해 단순히 생존을 유지하는 수준을 넘어 직업 활동, 교육 참여, 문화생활까지 폭넓게 영위할 수 있습니다. 둘째, 가족이 전적으로 돌봄을 담당해야 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돌봄 부담이 분산되고 가족 구성원 역시 독립적인 삶을 살아갈 여건이 조성됩니다. 셋째, 활동보조인을 고용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일자리 창출 효과도 나타납니다. 그러나 동시에 한계도 존재합니다. 미국은 주마다 예산과 제도가 달라 서비스 질과 접근성에서 큰 격차가 있습니다. 대도시에서는 원활히 운영되지만, 농촌지역이나 저소득층 지역에서는 여전히 충분한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제도의 보편성과 형평성을 확보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스웨덴 – 보편적 권리로서의 돌봄서비스
스웨덴은 중증장애인 돌봄을 사회적 권리로 규정한 국가입니다. 1994년 제정된 LSS법(장애인 지원 및 서비스법)은 장애인이 일상에서 필요로 하는 모든 지원을 국가와 지방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명시합니다. 이 법에 근거해 운영되는 개인보조제도(Personal Assistance)는 중증장애인이 하루 24시간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가령 한 사람이 식사, 이동, 의사소통, 위생 관리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도움을 필요로 한다면, 국가가 보조인을 충분히 배치하여 그 삶이 존중받을 수 있도록 합니다. 이 과정에서 본인이 직접 보조인을 선택할 수 있으며, 보조인은 단순한 돌봄 제공자가 아니라 장애인의 생활 동반자로 기능합니다.
스웨덴 모델의 효과는 매우 분명합니다. 첫째, 중증장애인이 시설 중심 생활에서 벗어나 지역사회 안에서 자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주거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 고립을 줄이고 다양한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둘째, 학업과 직업 활동에의 참여율이 눈에 띄게 높습니다. 실제로 스웨덴에서는 많은 중증장애인이 대학에 진학하거나 정규직 고용에 종사하며, 이는 국가의 생산성 측면에서도 긍정적 효과를 가져옵니다. 셋째, 가족 돌봄 부담이 크게 경감되어 가족 구성원들도 사회와 경제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고품질 서비스는 막대한 재정을 필요로 합니다. 최근 고령화와 복지수요 증가로 인해 서비스 시간 축소 논의가 등장하면서 제도의 지속 가능성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서비스 효율성과 재정적 지속성을 동시에 고려하는 정책적 조율이 요구됩니다.
3. 일본 – 지역포괄돌봄과 가족 중심 지원
일본은 급격한 고령화와 함께 중증장애인 돌봄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지역포괄돌봄 시스템을 발전시켜왔습니다. 일본의 장애인종합지원법은 활동보조, 방문간호, 단기보호, 주거 지원 등 다양한 서비스를 규정하고 있으며, 특히 지역 내 복지센터가 중심이 되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일본의 돌봄은 ‘생활권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한다’는 철학을 기반으로 하여, 지역의 사회복지사, 간호사, 자원봉사자가 함께 협력하는 구조를 띱니다. 도시 지역에서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서비스가 제공되지만, 농촌지역에서는 전문 인력 부족을 보완하기 위해 ICT 기술을 활용한 원격 모니터링 시스템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일본 돌봄정책의 특징은 가족 중심성입니다. 많은 경우 가족이 돌봄 과정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며, 국가는 가족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가족휴식지원(Respite Care) 제도를 운영합니다. 이 제도를 통해 일정 기간 동안 전문가가 장애인을 돌보고, 가족은 휴식을 취하거나 본인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장애인의 사회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교통 지원 앱, 원격 재활 프로그램, 고용 연계형 활동보조 서비스 등 ICT 기반 돌봄 솔루션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효과 측면에서, 일본은 지역 맞춤형 지원 덕분에 중증장애인이 자택과 지역사회에서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점도 분명합니다. 지방과 도시 간 서비스 격차가 크고, 전문 인력 부족이 여전히 심각합니다. 특히 농촌지역의 경우 돌봄 공백이 발생하기 쉬워, 장기적으로는 인력 확보와 제도적 균형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결론
종합적으로 볼 때, 미국은 선택권 중심의 개인보조제도를 통해 자율성과 맞춤형 서비스를 강화했고, 스웨덴은 보편적 권리로서 고품질 돌봄을 제공해 장애인의 자립과 사회참여를 확대했으며, 일본은 지역포괄돌봄과 가족 중심 지원을 결합해 현실적인 돌봄을 구현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이들 사례를 참고해 돌봄의 보편성과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고려하고, 특히 농촌·도시 간 서비스 격차를 줄여 중증장애인이 실질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돌봄 체계를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