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 기반 장애인 돌봄 혁신모델은 시설 중심의 복지체계에서 벗어나, 장애인이 자신의 삶의 터전인 지역에서 자율성과 존엄성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새로운 복지 패러다임입니다. 이 모델은 돌봄을 단순히 보호나 지원의 개념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구성원 전체가 함께 만드는 ‘공동체 돌봄(Care Community)’으로 확장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미국, 일본, 북유럽의 지역사회 기반 돌봄 혁신 사례를 통해 글로벌 복지의 흐름과 향후 발전 방향을 살펴보겠습니다.
1. 미국 – 커뮤니티 케어와 개인맞춤형 서비스 체계
미국은 장애인 돌봄의 중심을 시설에서 지역사회로 옮긴 대표적인 나라입니다. 1999년 Olmstead 판결을 통해 장애인의 지역사회 거주권을 헌법적 권리로 인정하면서, 연방정부는 각 주에 지역사회 돌봄 서비스를 강화하도록 지침을 내렸습니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Home and Community-Based Services(HCBS) 제도입니다. 이 제도는 장애인이 병원이나 요양시설이 아닌 자신의 집이나 지역사회에서 필요한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서비스는 개인별 욕구에 맞춰 설계되며, 돌봄인력, 간호, 재활, 주거지원, 고용서비스 등이 통합적으로 제공됩니다.
특히 미국은 개인중심계획(Person-Centered Planning)을 핵심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는 장애인이 돌봄의 수동적 대상이 아니라, 자신의 서비스 계획과 실행에 주체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 주의 ‘Community Choices Program’은 장애인이 직접 돌봄 예산을 관리하고, 자신에게 맞는 서비스 제공자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합니다. 또한 기술을 결합한 스마트 케어 네트워크가 확산되고 있는데, 원격의료, AI 건강관리, 위치기반 응급시스템을 통해 장애인의 안전과 독립성을 강화합니다. 미국의 혁신모델은 돌봄을 권리이자 선택의 영역으로 확장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2. 일본 – 지역포괄케어와 ‘마치노 호케ン(まちの保健)’ 시스템
일본은 초고령화 사회 속에서 장애인 돌봄을 ‘지역포괄케어(Community-based Integrated Care)’의 핵심 축으로 발전시켰습니다. 이는 의료, 요양, 복지, 주거, 예방 서비스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통합해 지역 단위에서 운영하는 모델입니다. 장애인뿐 아니라 노인, 만성질환자 등 돌봄이 필요한 모든 주민이 대상이 되며, 지자체가 주체가 되어 서비스를 조정합니다. 예를 들어, ‘마치노 호케ン(まちの保健)’ 시스템은 주민과 전문가가 협력해 동네 단위에서 돌봄 지원을 제공합니다. 이를 통해 장애인이 병원이나 시설로 이동하지 않고도 일상 속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일본은 자조·공조·공공의 3단계 돌봄구조를 구축했습니다. 1단계는 가족이나 당사자가 스스로 수행하는 자조, 2단계는 지역사회 자원봉사와 시민단체가 제공하는 공조, 3단계는 지방정부의 공공서비스입니다. 이를 통해 돌봄 부담을 사회 전체로 분산시켜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마련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도쿄 자립생활지원센터’는 장애인 당사자가 운영하며, 주거·고용·의료·생활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합니다. 일본의 접근은 지역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포용적 자립돌봄’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다만, 지역 간 자원 격차와 민간참여의 불균형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3. 북유럽 – 사회적 돌봄과 복지기술의 결합
북유럽의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는 ‘돌봄을 복지의 핵심 인프라’로 간주하며, 장애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통합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들 국가는 보편적 돌봄(Universal Care) 원칙에 따라, 모든 시민이 소득이나 장애 정도와 관계없이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스웨덴의 LSS법(Law on Support and Service for Persons with Certain Functional Impairments)은 지방정부가 장애인의 생활보조, 주거지원, 사회참여를 보장할 의무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각 지역에는 ‘지역자립센터(Local Independence Centers)’가 운영되어 장애인이 주거, 여가, 직업활동을 통합적으로 지원받습니다.
북유럽의 또 다른 특징은 복지기술(Welfare Technology)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덴마크는 AI를 활용한 원격돌봄 시스템을 도입해 장애인의 건강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로봇 보조기기가 가사와 이동을 지원합니다. 노르웨이는 ‘스마트홈 케어 프로젝트’를 통해 음성인식 조명, 응급호출 장치, IoT 기반 센서를 장애인 가정에 보급해 자립생활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북유럽의 돌봄 모델은 기술과 인간적 돌봄을 조화시켜, 효율성과 감성적 연대가 공존하는 복지의 미래를 보여줍니다.
결론적으로, 미국은 선택권 중심의 커뮤니티 케어, 일본은 지역 네트워크 중심의 통합돌봄, 북유럽은 복지기술과 보편복지를 결합한 시스템으로 장애인 돌봄 혁신을 이끌고 있습니다. 한국은 이들 사례를 참고해 지역 단위의 포용적 돌봄 생태계를 구축하고, 장애인 당사자가 돌봄의 설계자이자 주체로 참여하는 체계를 강화해야 합니다. 진정한 지역사회 돌봄은 ‘돌봄을 받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것’에서 완성됩니다.